강승진 원우,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최우수상 수상
- 국정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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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30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최우수상 수상자 강승진 前춘천문화도시센터장
“직장이 정글이라면, ‘다정한 생존’ 추구해야
기사 원문: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271
춘천 3년 연속 ‘최우수 문화도시’ 선정 이끈 주역
행정학 박사 과정 밟으며 새로운 도전 모색
예술가가 수혜 대상 아닌 주체가 돼야
‘외로움’ 해소할 커뮤니티 기반 지역 공동체 역할 강조
인구소멸지역, 인프라보다는 활동에 초점 맞춰야
“도시문화와 문화도시 만드는 문화재단, 아쉬움이자 새로운 도전의 영역”
[서울문화투데이 김연신 기자] 문화는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문화도시가 정책으로 등장하고, 현장의 이 질문에 발 빠르게 응답한 실무자들이 있었다. 2020년부터 5년 동안 춘천문화재단 도시문화센터장을 맡아, 법정 문화도시 24곳 중 춘천을 3년 연속 ‘최우수 문화도시’로 이끈 강승진 전 춘천문화도시센터장 역시 그중 한 명이다.
▲강승진 전 춘천문화도시센터장
강승진 전 센터장은 오랜 시간 지역 문화정책의 최전선에서 숨 가쁘게 달려온 문화기획자이자 행정가다. 그는 약 15 년 간 춘천문화재단과 원주문화재단을 중심으로 문화도시 사업을 설계하고 실현해오며, ‘지역의 자생적 문화 생태계’란 실험을 현실로 만들어온 인물이다.
‘일을 잘하는 기획자’ 한동안 이 수식어는 지역문화재단 안팎에서 그를 설명하는 데 사용됐다. 그는 기획과 행정, 실행과 설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역의 문화를 ‘제대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강 전 센터장이 세운 이정표는 수치로도 명확하다. 춘천은 그가 도시문화센터장으로 재직한 5년 동안 전국 24개 법정문화도시 가운데 3년 연속 ‘최우수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문화적 도시재생, 문화살롱, 문화전문인력 양성, 시민참여형 기획사업, 지역축제 등에서 이뤄낸 성과들은 단순히 행정적 성공에 그치지 않았다. 그의 기획에는 언제나 ‘사람’이라는 공통분모가 중심에 있었다.
지난 1월,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문화행정부문 최우수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시상식 당일, 그는 다른 업무로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고, 아들 강준서 군이 대리수상했다. 당시 그가 전하지 못한 말은 그저 감사의 표현을 넘어, 지난 15년을 마무리하며 꺼내든 작별의 인사이기도 했다. 문화도시는 그에게 있어 단지 하나의 사업명이 아니었다. 한 도시의 생존을,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자립과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마중물’이었다.
춘천문화재단 퇴사 후 100일. 그는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스스로의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문화투데이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강승진 전 센터장를 만나 문화기획자이자 문화행정가로서의 15년과 그 다음 단계에 대해 들어봤다.
▲제16회 서울문화투데이 문화대상 시상식에서 강 전 센터장의 아들 강준서 군(가운데)이 대리수상하고 있다.
- 지난 1월, 서울문화투데이 문화행정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에 업무상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아들 강준서 군이 대리 수상했는데, 당시 못 다 전한 말과 상의 의미를 되짚어 준다면.
지역문화재단 중심으로 일한 게 15년 가량 된다. 초기부터 행정을 잘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기획자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고, 이에 자부심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를 좋게 보지 않는 사람들이 “기획만 할 줄 알지 행정은 모르는 놈”이라고 말하더라. 최근에 문화도시 사업을 하며 특히 많이 들었다.
마침 올해 초 ‘문화행정’ 부문에서 수상을 하게 되니, 그동안 쌓였던 것들이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기쁘기도 했고,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 수상 이후 자유로운 문화기획자로서 박사 과정을 밟으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자세한 근황이 궁금하다.
약 10년 동안 문화도시 사업에 힘을 쏟았기에, 대학원에서 비우고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행정학을 배우는 중이다. 장석류 박사(인천대 문화대학원 교수, 본지 칼럼니스트이자 ‘좋은 문화행정이란 무엇인가,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저자)님이 밟았던 과정이기도 하다.
석사 과정으로는 경희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했는데,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들어간 건 아니지만 10년 뒤에 문화기획자가 되면서 중요하게 쓰였다.(웃음) 마찬가지로 박사 과정도 명료한 목표나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시작하게 된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10년 뒤 내 삶에 어떻게 작동할지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후에 내 역할이 바뀌었을 때 중요한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문화도시 사업을 맡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2013년 문체부의 문화도시정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문화도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일을 하면서 문화재단의 역할과 예산의 한계를 느꼈다. 문화재단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나 재원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하면 문화재단이 지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국은 예산이 중요한데, 당시 큼직한 정책이 ‘문화도시’ 관련 정책이었기에 계속 살펴보며 준비를 했었다.
마음의 준비는 춘천에서 했지만, 시작은 원주가 됐다. 2016년 원주에서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을 진행하며 문화도시를 준비했고, 1차 도시에 원주가 선정되었다. 이 때 춘천은 아쉽게도 선정되지 못했는데, 그 이후 춘천시의 요청을 받아 춘천문화재단에서 열심히 준비한 결과 춘천도 2차 도시로 선정되었다. 그 이후 실행까지 약 10년을 문화도시 사업에 매진했다.
▲춘천문화도시센터 재직 당시 춘천에서 진행되는 문화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강승진 전 센터장의 모습.
- 올해 초 오랫동안 근무한 춘천문화재단을 떠나는 선택도 쉽지 않았을 텐데.
인생의 하반기를 준비해야 하는 삶으로의 전환기라고도 할 수 있는 지천명을 앞두고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쌓아왔던 내 일의 기득권을 버리는 것이고, 그 이후의 삶이 더 좋을지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풍파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변화를 선택한 이유는, 만약 이 조직에 남아있는다면 정년까지 10년의 삶이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남은 삶이 길지 않다면, 해 보지 않은 일과 그 일에서의 가능성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감을 추구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다. 지금 나가면 오히려 70까지 재밌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거다. (웃음)
쓰임과 쓸모가 끝나고 자리를 지키면서 조직의 병목이 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조직에 들어갈 때마다 스스로 나의 구간을 결정한다. 나는 이 조직에 들어갈 때 최대 5년이라는 계획이 있었고, 들어가서 하려고 했던 걸 99%는 다 했다. 내 역할은 끝난 셈이다.
문화도시가 끝나가는 5년차에 남아있으려면, 내 역할이 바뀌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기획자로서 쓸 수 있는 재료들은 다 쓰고 평가도 이루어졌을 시점이다. 그 시점에는 재료를 바꿔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다음 단계’로는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이후를 그려보자면 세 가지 관점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는 다시 문화조직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것, 두 번째로는 지역문화와 문화재단의 역량과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나 법인을 설립 및 운영하는 것, 세 번째로는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문화가 아니면 어떤 영역에서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탐색하는 관점이다. 퇴사한지 약 100일이라, 이 세 가지 관점이 혼재돼있다. 급변하는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상상하며 즐겁게 보내고 있다.
- 2020년부터 올해 초까지, 지난 5년간 춘천문화재단 도시문화센터장으로서 24개 법정 문화도시 중 춘천을 3년 연속 최우수 문화도시로 만드는데 힘써온 일등공신이다. 그 비결은 뭐였다고 생각하나.
‘문화매개자, 예술가들에게 우리 도시에서 어떤 기회와 활동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지역마다 문화예술지원금이 있고 수혜를 받고 있는 기획자들과 예술가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무언가가 획기적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 지원금 외에 기획자나 예술가가 지역과 도시에서 가지고 있는 쓰임과 역할이 있는데 그걸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사업의 수혜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스스로 주체가 되게 하는 것이다. 나는 직원들도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을 만들도록 지원했다. 예술가들 역시 파트너십 관계 안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자발적으로 일하고 활동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했다.
또, ‘동네지식인’, ‘일당백’, ‘도시가살롱’ 등 자기 주도성과 동네에 초점을 맞췄다. 24개 도시 중 같은 예산으로도 참 많은 사업을 하는 도시라는 평가를 받았다. 큼지막한 사업도 중요하지만 사람과 동네에 밀착된 사업들이 주민들의 행복에는 더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연구를 해보면 이주나 정착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는데 이런 사업들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조직 내부 일하는 환경과 문화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문화재단에서 근무하는 실무자들의 태도나 지향이 바뀌면 문화재단의 역량이 바뀐다. 좋은 인력들이 많고, 잘 써야 하는데 잘 못 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 10년 사이에 많은 문화 기관이 생겼는데 왜 문화행정은 답답해졌나 생각해보면, 이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이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일하는 태도를 만드는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썼다.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동네 '고수'들이 일상 속 지혜를 나누는 '동네지식인' 프로그램
- 문화조직들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진단하는가.
문화조직들은 ‘문화’ 위주로 작동하기보다는, ‘행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졌다. 다들 지원이라는 미명 아래 관리만 하려고 든다. 문화행정이 빠르게 관료화 되고 있어 늦추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 다른 기제는 없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선거캠프나 퇴직공무원이 요직으로 오는 것도 문제다. 문화와 예술은 경험이 중요하다. 문화적 관점과 태도, 예술적 감수성 등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제도, 시스템은 같은데 2년마다 바뀌는 리더에 따라 일하는 태도와 성과가 요동친다. 문제야 많겠지만 문제를 대하는 태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리더로 호명되었으면 좋겠다.
-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 최우수기관, 유휴공간 활용 살롱프로젝트로 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사람을 잇는 공간이 부족해지는 추세이기에, 문화를 통해 사람을 잇는 ‘살롱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점이었다고도 여겨지는데, 기획 의도와 성과가 궁금하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의 원인이 실은 ‘외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지역공동체, 가족 등이 있었다면, 지금은 아파트 중심 문화가 확대되며 서로 소통하지 않는 문화가 생겼다. 관심이나 취미,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이 멀리 있을 게 아니라 삶의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컨데, 영국에서는 동네에 있는 펍에서 퇴근길에 맥주 한 잔 마시고 가는 게 많은 이들의 루틴인데, 이 루틴이 마을 커뮤니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동네 안에서 만들어지는 취미, 취향 중심의 가치 공동체들이 고립되면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돌봄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기획하게 됐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함께할 수 있는 공유 지대로 기능할 ‘문화살롱’으로 빈집을 활용하고자 했다. 도시재생 영역이나,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대응에 있어 그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빈집을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거뒀다. 사람의 온기가 들며 공간의 가치가 올라가면 집주인에게도 좋기 때문에 집주인들을 설득해 사업을 진행했다. 호응도 좋았다.
- ‘인구 소멸 지역’ 문제가 대두되면서, 탈중심을 지향하는 문화 정책이 펼쳐지고 지역문화재단과 지자체가 지방 문화콘텐츠 육성에 힘쓰는 추세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대규모 대중문화 콘텐츠가 이어지는 서울과 비교해 ‘문화 인프라 부족’을 문제 삼는다. 지역의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인프라보다는 동네라는 커뮤니티 안에서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게 동네 분위기가 좋아지면, 밖에서도 호기심을 갖게 되고, 방문하고, 이주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랜드마크나 어떤 특정 인프라가 그런 것들을 채워준다기보다 결국에는 ‘어떤 활동’을 채울지에 대한 문제다. 좋은 활동이 만들어지면 인프라는 그다음에 따라간다.
▲동네 기반 취향, 관심사 커뮤니티 '도시가 살롱'
- 조직이 일하는 태도, 방식, 품성 기량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올해 인천대 장석류 교수의 저서 ‘좋은 조직문화란 무엇인가’의 모델이 된 ‘다정함이 있는 성장마인드셋 조직문화’를 실천해 왔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다.
다정한 생존과 모두의 성장을 항상 강조해왔다. 보통 조직 생활을 정글에 비유하고, 그 안에서 생존을 목표로 한다고들 말한다. 서로 응원하고 지지하는 방법으로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보니, ‘다정하게 생존하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됐다.
우리가 먹고 살기 위해 직장에 온 것이기도 하지만, ‘일을 하려고 온 것’이라고 발상을 바꿔보면 ‘어떻게 일을 잘할까’를 우선순위에 두게 된다. 일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인정 욕구와 감정 싸움이 우선이 되기보다는 서로 지켜야 할 것이 뭐가 될 것인가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각자 할 일이 다 정해져있고, 하지 않았을 때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직장에서는 일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몫을 해내지 못할 때 그 조직은 힘들어진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부족한 몫을 대신하게 되는데, 원래도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남의 일까지 하다 보면 동기가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조직은 핵심 인재에게 계속 일을 시키고, 떠넘긴 사람은 놀면서 조직의 복지 등 누릴 수 있는 걸 계속 누리고, 소모되고 소진된 핵심 인재는 떠나게 된다. 그러면 일을 못하는 사람들만 남게 되고, 그들끼리 뒷담화, 이간질 등의 인정 투쟁을 벌이며 조직은 하향평준화 된다. 이를 막는 게 첫 번째였다. 그것만 하지 않아도 다정하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하러 온 곳에서 일을 잘하는 것은 기본인데, 일을 못하는 사람은 일을 제대로 하기까지 배움과 성장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시간은 동료들의 배려와 도움이 필요하기에 좋은 태도를 갖춰야 한다. 일을 못해도 부지런하거나 태도가 좋으면 동료가 기꺼이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부지런하고 태도가 좋으면 학습을 하기 위한 준비도 충분히 되어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을 잘하던가, 부지런하던가, 태도가 좋던가’를 다정한 생존을 위한 조건으로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 스스로의 성과나 태도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의 사업은 대부분 시간과 예산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이 되면 자신의 성과와 역량은 동료들 앞에 드러나게 되어 있다. 예전에 대부분은 그 과정에서 동료, 상사, 조건 탓을 했는데 이를 맞춰주고 투명하게 공개된 상태에서 못하면 본인 탓인 것이다. 이걸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태도만 좋다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겠다’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 구성원들의 저항은 없었나.
저항은 보통 스스로 인정이 안 돼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인정을 하게 되면 저항은 사라진다. 문제나 원인은 자기에게도 있는 것이기에 여유 있게 돌아보고 인정할 시간도 필요하고, 궁극적으로 본인을 위한 거라는 걸 믿게 만들어야 한다. 말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전해져야 한다. 내 조직에도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진정성을 다하는 시간이 있었다.
▲강 전 센터장이 2024 문화도시 박람회에서 유공자 표창을 수상하고 있다.
- 문화행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학부에서는 사학을 공부했고, 대학원 석사 과정으로는 예술경영을 공부했다. 독서교육 회사에서 기획과 마케팅을 맡기도 했고, 춘천에서도 처음부터 문화 행정을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직장 생활을 약 10년 정도 해보면서, 내가 뭘 잘하는 사람인가 생각해봤는데 돈을 벌어오는 것보다 가치 있게 쓰는 일이 가치관이나 기질적인 측면에서 더 잘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좋은 영향력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돈을 버는 걸 통해서 좋은 영향력을 만들 수 있지만 근데 그건 잘 안 맞는 느낌이었다. 이런 공공 조직에 가면 뭔가 그런 것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어렴풋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 춘천에 이사를 했고 우연히 춘천문화재단의 채용 공고를 보게 됐고, 그 생각이 작동을 해서 원서를 냈다. 그 때부터 공공기관에서의 역할이 이제 시작이 됐고, 그게 문화 행정이라는 영역이었다. 큰 뜻 없이 예술 경영을 전공한 것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인생을 살면서 굉장히 의미 없다고 생각되는 얘기들을 듣는 자리들이 많을 텐데, 멍을 때리기보다는 ‘샤워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라. 그 샤워가 너의 몸에 감각을 좀 만들어 줄 거다. 쓸모없는 경험과 그런 것들은 없더라. 나중에 다 어떤 식으로든 돌아온다.” 당시 다녔던 대학원이 나에게 그랬고, 마찬가지로 지금 공부하는 시간들도 10년 뒤에 또 다른 기회의 장을 만들어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 가장에 기억에 남는, 혹은 보람찼던 프로젝트나, 현장에서의 주민이나 예술가의 반응들이 궁금하다.
춘천은 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기보다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그만큼 외부 지역에서 오신 이주민 분들이 꽤 계신데, 이주민 분들이 문화도시 사업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 슬리퍼를 신고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을 ‘문화슬세권’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 일환인 <도시가 살롱>과 같은 활동이 정보를 얻고,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지역사회 정보를 얻고 외롭지 않게 정착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해주셨다.
또, 6, 70대 어르신들이 “살면서 이렇게 재밌던 적이 없다”며, “평생 이렇게 재밌는 게 처음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동네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무언가로 지역사회에서는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 장기적인, 혹은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문화재단이라는 조직이 새로운 도시 문화를 만들고 문화 도시를 만든다는 점에서 지역과 사회에서 그 쓸모나 쓰임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 역할에 대해 ‘정말 잘 써보고 싶다’라던가, ‘역할을 더 확장해 보고 싶다’, ‘좋은 사례들을 만들고 싶다’와 같은 아쉬움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아쉬움이자, 남은 도전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 서울문화투데이(http://www.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