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인터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기후 문제에 대한 왜곡된 정보 유통을 늘려 정부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처벌 강화와 선제적 시민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단 전문가 제언이 나온다.
25일 본지는 공공정책 전문가인 이숙종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에게 AI 기술이 기후정보 왜곡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물었다.
이 교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필수적인 기후변화과학 분야에 AI가 적용되면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한 진단과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AI 활용에 앞서 "인간에 의해 '기후변화 허위조작정보'가 생성되고 확산되는 일이 제대로 통제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투데이와 기후변화센터 공동 주최로 열리는 '서울 기후-에너지 회의 2025'(Climate-Energy Summit Seoul 2025·CESS2025)에서 제1회의 좌장을 맡았다. '기후위기 시대, AI가 열어갈 새로운 세계 : 희망인가, 위험인가?'를 주제로 열리는 올해 CESS 제1회의는 에 대해 논의한다. 이 교수는 'AI시대 기후변화 허위ㆍ조작정보-디지털 확산의 위협과 정책지원 방향'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허위조작정보는 단순히 정보 부족이나 해석의 오류로 인해 만들어진 '틀린 정보'(misinformation)와 정치적·금전적·이념적 목적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로 구분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도적 허위조작정보'의 단적인 예시로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인터넷 유명인(인플루언서)들이 기후변화 관련 과장·거짓 정보를 퍼트리는 행동을 하며 구독자(팔로워)를 늘리고 광고비나 후원을 받는 경우"를 들었다. 또 "석유 관련 대기업이나 화력발전소들이 탄소배출저감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폐해가 그리 크지 않다'는 물타기 허위정보를 내거나,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인플루언서를 배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유엔개발계획(UNDP)은 올해 5월 기후변화 허위조작정보의 4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기후변화 부정(Climate denial), 지연 책략(Climate delay), 그린워싱(Greenwashing), 기후 음모론(Climate conspiracy narratives)이다.
관련해 이 교수는 "'기후변화 부정'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인간의 행위에 의해 지구의 기온이 올라간다는 과학자들의 합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사람들이 기온·해수온 상승으로 인한 해일과 허리케인, 해수면 상승, 북극 빙하 붕괴 등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면서 이 같은 부정론은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래서 점차 새로운 유형의 허위조작정보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기후변화 대응책의 비용이 너무 크다는 등의 논리로 정책을 지연시키려는 '지연 책략',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과학자나 정책결정자, 활동가의 정통성을 무너트리는 '기후 음모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 국민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과학적 판단을 신뢰하는 경향이 강해 이러한 허위조작정보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AI 기술이 가짜뉴스를 더욱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고, 그런 상황에 더해 정치적 양극화로 기후변화 대응책이 당파적으로 이용되면 정책이 지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교수는 딥페이크(Deepfake·AI 기반 합성 영상물) 등 AI 기술에 대한 경각심이 이전보다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AI의 발전은 허위조작정보나 가짜뉴스의 확산을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하나의 예로 "지진이나 거대한 해일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아주 그럴듯한 정보 출처 그리고 동영상과 함께 여러 곳의 소셜미디어에 동시 유포되었다고 가정하자"며, 일부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일 것이고, 어떤 집단행동을 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딥페이크 기술 적용이 의심되는 콘텐츠를 봤을 때 진위 여부를 가리려고 할 만큼 과거에 비해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는 빠르게 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공포 정치와 언론 탄압에 맞서 온 기자 마리아 레사는 '가짜뉴스가 진부한 진실보다 빨리 퍼지고, 가짜뉴스가 반복되면 진실이 된다'는 말을 했다"며 "날로 발전하는 생성형 AI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내는 우리의 능력을 계속 시험에 들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허위조작정보 확산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유포자 처벌 강화'와 '시민교육'을 강조했다. 또 특정 국가, 특정 집단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국내외 공조와 초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허위조작정보 생산자와 유포자에 대한 처벌을 현재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일반 시민들이 가짜와 진짜 정보를 구별해낼 수 있도록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며 "관련해 국제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IT 강국인 대한민국도 이러한 국제협력에 (함께 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가안보 차원의 대응 필요성도 시사했다. 이 교수는 "해외 선진국들은 적대적 관계에 있는 특정 국가로부터 유입되는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러시아나 이란과 같은 국가로부터 직접적으로 또는 제3국 우회 방식으로 유입되는 허위조작정보를 찾아 내고 차단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을 만들어 온라인상에서의 불법적이고 위해한 활동과 오보의 확산을 방지하려 노력한다"며 "EU 인구의 10% 이상인 4500만 명 이상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한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이 주요 규제대상이고, 허위조작정보를 걸러내지 않고 방치할 경우 상당한 벌금을 내게 되어 있다"고 했다.
반면 "아시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직 신기술의 부작용 규제보단 기술 혁신과 관련 산업 발전이 주요한 정책 목표로 설정돼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 국회에서도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차례 입법 논의가 있었지만 법 제·개정에 있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며 "여당이 발의한 법안을 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혹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로 반대하는 식이었고, 정권이 바뀌어도 비슷한 일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어 초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